도쿄 생활 중 이사는 총 두 번입니다. 사실상 서울에서 챙겨온 짐 만 옮기면 되니까 이사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그래도 일본 보관 이사는 맞는 듯 싶습니다.
1년 계약한 오피스텔 입주가 11월 13일이었는데 그래서 그 전까지는 에어비앤비에서 생활하는 중입니다. 그러다 에어비앤비 두번째 집으로 일본 보관 이사합니다.
일본 보관 이사 팁
일본에서 에어비앤비는,
- 보통 체크아웃은 11시
- 체크인이 16시
약 다섯시간의 공백이 생깁니다.
그렇다는 건, 32키로의 짐을 끌고 다섯시간을 밖에서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짐 맡길 수 있는 곳을 바로 찾아봤습니다.
일본 보관 이사 팁은 앱을 활용하는 겁니다.
- 바운스 앱
- GO 앱
바운스 앱 활용
보통 지하철역 코인라커를 많이 생각할 텐데, 제가 짐들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도저히 역에 입장해서 라커 찾고, 오르고 내리고를 할 수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중에 바운스 앱을 찾았습니다.
바운스 앱. bounce 라는 앱인데, 역이 아니라 그냥 지도상에 내가 맡기고 싶은 곳에 맡기면 됩니다.
이렇게 말이죠.
내가 가장 이동하기 편리한 곳을 정해서 예약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고 맡기면 됩니다. 저는 10시 30분 ~ 19시 13000원 쯤 결제했습니다.
바운스는 전세계 도시에서 짐보관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알고 보니까 짐을 맡기는 곳이 일반 사람들의 집인 것 같았습니다. 바운스의 파트너?로 등록된 사람들이 각자 집이나 공간에서 짐보관이 필요한 사람들의 짐을 맡아주는 형식입니다.
플랫폼, 맡기는 사람, 맡아주는 사람까지 셋 다 윈윈윈 하는 거 같은데요? 그쵸?
일본 택시 어플 GO
일본 택시 어플 GO입니다.
짐보관을 예약하고, 그 장소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합니다.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택시를 불러보는데 생각보다 많이 편합니다.
위치를 정하고 부르면, 기사님이 배정되어 도착하십니다. 목적지를 입력할 수 있고, 미리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 됩니다.
택시를 탈 때마다 느끼지만, 일본 기사님들은 당연하다는 듯 너무 친절하십니다. 기사님들 마다 차이가 좀 있긴 한데, 대부분 내려서 짐을 실어주시고, 내려주십니다. 어떤 기사님(최소 65세 이상) 은 본인이 하겠다시며 그 무거운 이민 가방을 혼자서 들고 실으려고 하셔서 좀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네요.
물론 제가
“노노 츄게다(together) 츄게다(together)”
하면서 같이 했지만요.
제가 짐을 맡긴 곳입니다.
그리고 내가 짐을 맡긴 집입니다.
짐 맡긴 곳 사진이 이거밖에 없는데, 이런 평범한 오피스텔입니다. 어플상에서 호스트랑 메세지를 나눌 수 있는데, 어디로 오면 어떻게 몇 호를 호출하라는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항에서 수하물 맡길 때 처럼 티켓도 하나 주세요.
이케부쿠로 한식 맛집
이렇게 짐을 맡기고 식사를 하러 가봅니다. 주변에 식당들을 찾아보다가, 갑자기 한식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입에 침이 고이면서 눈 뒤집히기 시작합니다.
도쿄 온 지 일주일인데 벌써?
엥? 정신 차려보니 소주 따르고 있네요;;
김치찌개를 시켜서 먹어봅니다.
-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맛있습니다.
- 김밥천국에 참치김치찌개 느낌이 좀 납니다.
- 물론 참치 아니고 돼지고기가 들어갔지만요.
- 김치의 흐물함이나 국물의 느낌이 말이에요.
김치찌개를 시켰지만,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신라면과 공깃밥 중에서 너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휴.. 식당에 테이블이 7개 정도 있었는데, 저 빼고는 다 외국인, 일본인이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한식이 많이 유행한다고 하던데 진짜 그런가 싶네요?
앞치마. 종이.
프린터기에 A4용지 떨어지면 딱 저 선대로 잘라서 인쇄하면 됩니다. 최소 네 장은 나오겠네요.
역시 한국 손맛이 아니라 그런가 입에 잘 안 맞습니다.
밥 먹고 가까운 곳에 커피를 마시러 왔습니다.
도쿄에서 여러 번 카페를 가보니까, 아이스커피를 시키면 보통 콜드브루를 줍니다. 아닌 곳도 많겠지만, 동네 카페는 대부분 그런 듯? 싶네요.
저는 콜드브루보다는 아메리카노가 좋은데..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그냥 어이구 차다 하고 마시는 거지요. 쿠쿠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맡겼던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만난 일본 야구의 미래.
좌완인데 제구가 기가막힘.
던지는 족족 존에 꽂히네요?
우리나라 같으면 지금 피시방 가서 오버워치나 하고 있겠지요. 아 요즘 애들은 오버워치 아닌가? 마인크래프트? 뭐 스타크래프트는 아니잖아요. 사실 잘 모름.
이케부쿠로 새집
한 달 그리고 10일 정도 머무르게 될 두 번째 집입니다.
처음에 있던 집은 여기보다 좀 저렴하긴 했는데, 꽤나 습하고 벌레들도 좀 있고 좁았습니다. 일본 보관 이사 하자마자 바~로 삶의 질 상승이 되네요. 그중에 제일 좋은 건 햇볕이랑 스피커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 B&W 빈티지 스피커를 새로 사면서 거의 안 쓰던 B&O 레벨입니다. 수건으로 옷으로 꽁꽁 싸매서 가지고 왔죠. 가지고 오길 너무 너무 너무 잘했습니다.
도쿄에 온 뒤로 거의 매일 러닝을 하고 있는데, 저녁 먹기 전에 달리러 나갔습니다.
혼자서 달리던 중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 갑자기 코너를 꺾어서 내 앞으로 딱 나오시길래 개이득 하면서 뒤에서 같이 달렸습니다. 바~로 꼽사리.
두 분의 입장에서 갑자기 남자 한 명이 뒤에서 같이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이 안 좋으실까? 했는데 나라면 안 좋지 않을 거 같아요. 오히려 재밌지요.
그리고 저는 동네가 처음이니까 잘 모르기도 하고 딱 봐도 우리 슨배님들 복장이나 뛰는 모습이 보통 짬바가 아니시길래~ 뛰는 코스가 있으시겠지 우리 슨배님들. 생각하면서 쫓아갔네요.
계속 같이 달리다가 내가 달린 거리가 딱 5km 되는 지점에서
- 아리가또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 오츠카레사마데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외치고 나는 스탑.
두 분 서로 한마디도 안 하시다가 내가 딱 인사하니까, 남자분이 뒤돌아보시고는 씨익 웃으면서 두 분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남자 슨배님이 “뒤에 점마 귀엽네. 벌써 끝났나? 얼마 못 뛰네. 아직 멀었다. 애레기 짜슥아.” 그럼 여자슨배님이 “에~~~??? 벌써? 저거 남자 맞나? 남자 구실 제대로 하겠나? 호호호” 하셨겠지?
혹시 달리다가 또 만나게 된다면 하지메마시테. 와타시와 수이데스. 해야지 쿡쿡
집에 와서 씻고 저녁 먹고, 가급적이면 한 끼는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었으면 약속이 많아서 힘든 일인데 도쿄에서는 나만 잘하면 되니까 핑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일본 보관 이사 하루 마무리.